본문 바로가기

FASHION/LADIES

[KUHO] "항상 남자의 상상속에서 여성은 더 여성스러워지죠."

여러분은 '여성복'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남성복을 만드는 여성 디자이너라면 별로 이상하지 않지만, 여성복을 남성이 만든다면 어떠신가요. 그리 다를 것도 없는데 괜스레 기분이 이상하지 않으세요? 

그래서 쿵짝이 잘 맞는 친구, '영삼성' 열정 운영진의 나스리와 숭례문이 (주)제일모직 여성복 브랜드 'KUHO'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구호 전무님을 만나 뵙고 왔습니다.

남성 디자이너이신 정구호 전무님이 만드는 여성복, 더 나아가 전무님이 말하는 아름다운 인생이야기까지 들려 드릴 텐데요. 특별히 이번 열정 리포트는 패션이 주제인 만큼 2011 S/S 시즌 컬렉션 패션 잡지를 방불케 하는 매거진 스타일로 만들어봤습니다. 그 점 신경 써 주십사 재차 당부의 말씀을 드리며 단순한 브랜드이기를 거부하는 'KUHO'의 패션 세계로 떠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옷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옷 좀 입는다는 '신촌푸들' 나스리는 디자인 보다 소재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네요. 마치 청담동 부잣집 고부가 백화점 쇼핑을 할 때 며느리가 예쁜 디자인을 고르자 시어머니가 이를 꾸짖으며 "얘야 옷은 디자인보다 질이 좋아야 하니라."라고 말하는 장면이 떠오르네요. 반면 추위를 막고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옷을 입는 숭례문은 옷이란 단지 몸을 가리면 그뿐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제일모직 'KUHO'의 본사에 도착한 나스리와 숭례문.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빅뱅의 향기가 물씬 나는 아버지뻘의 한 남자와 마주하게 됩니다.

아방가르드한 배기팬츠를 맵시 있게 걸치고 유명 스포츠 브랜드의 스니커즈로 엣지있는 마무리를 하신 이 분이 바로 오늘 만나 뵐 'KUHO'의 정구호 전무님이십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사무실로 들어서는 입구에 쓰인 '제일모직' 글자를 볼 때 만해도 '들어가면 아버지뻘의 근엄하신 분이 앉아 계시겠지?' 하는 생각을 했던 저였습니다.

그러나 이게 웬걸, 전무님의 개성 넘치는 패션 감각에 후줄근한 제 옷차림을 다시 한 번 살피게 되었습니다. 예술과 담을 쌓고 사는 숭례문이지만 태어나서 배기팬츠를 단 한 번도 입어 본 적이 없기에 더더욱 그날의 충격은 쉽사리 가시지 않았죠.

젊은이의 트렌드까지 너무나 멋지게 소화하는, 한국의 대표 여성복 브랜드 'KUHO'를 만드신 정구호 전무님의 매력. 벌써부터 느껴지시나요? 지금부터 천천히 살펴보겠습니다!

'KUHO'단순히 패션 브랜드로만 기억되기를 거부하며, 구호가 곧 취향이자, 문화가 되고 싶다는 디자이너 정구호 전무님. 정구호 전무님은 어떤 분이실까요?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KUHO'라는 브랜드는 정구호 전무님 성함의 발음을 따서 만들어진 이름입니다. 하늘을 구하라는 '구할 구'에 '하늘 호'인 전무님 성함의 발음을 따서 '오랠 구'에 '빛날 호'라는 이름으로 탄생한 패션 브랜드. 이게 바로 'KUHO'랍니다.

어린 시절 여행을 다녀오신 어머니를 공항에 마중 나갔을 때 어머니께서 입고 계시던 H 라인 드레스를 잊을 수가 없다고 하세요. 바로 '구호'라는 브랜드의 원초적 이미지였던 거죠. - 'KUHO ART BOOK'

 

멋을 냈다는 것을 알아채는 순간, 그 사람은 멋이 없어 보이죠. 구호의 옷은 그렇게 드러내지 않는 멋을 있는 그대로 소화할 줄 아는 여자가 입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 '포토그래퍼 김현성'

'KUHO'가 추구하는 패션, 조금 감이 오시나요? 수수하게 멋을 내지 않은 듯하면서도 멋스러운 옷, 어머니의 고풍스러운 모습이 떠오르는 이미지가 바로 'KUHO'가 추구하는 패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KUHO'의 옷을 보면 쉽게 제 어머니가 떠오르지 않는 것도 사실이네요. 엄마 미안. ^^;



여성복을 남성이 디자인할 때 더 잘할 수 있는 이유를 디자이너 정구호 전무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만든 옷을 입으면 저 여자가 얼마나 더 아름다워질까 상상합니다. 항상 남성의 상상 속에서 여성들은 더 여성스러워지거든요. 그래서 여자 디자이너가 만든 여성복보다 남자 디자이너가 만든 여성복이 더 여성스러워요."

기사 첫머리에 드린 '왜 여성복을 남성이 디자인할까'라는 의문이 이제 조금씩 풀리시나요? 괜스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 이 문제에 대해 정구호 전무님이 명쾌한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반대로 남성복, 혹은 스포츠웨어를 여성이 디자인한다면 여성들이 꿈꾸는 스포티한 남성의 모습이 더 부각되어 멋진 작품이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구호 전무님의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다양한 소품들이 눈길을 끌었는데요. 소품 하나하나도 전무님의 디자인에 영감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나스리와 숭례문은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구니모토로 불리는 아티스트 우국원과는 예전에 컨플릭티드텐던시를 론칭할 때 콜라보레이션 라인을 전개하기도 했던 인연이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이 작품은 평소 꿈을 많이 꾸는 작가가 꿈 내용을 표현한 그림으로 바스키아풍의 거친 터치감과 컬러감이 좋다. - 'KUHO ART BOOK'

일본 컨템포러리 작가 히로토 기타가와는 상상 속의 인물을 감각적으로 캐릭터화한 시리즈로 유명하다. 일본 애니메이션 주인공 같아 보이는 이 조각 시리즈는 매트한 컬러감이나 손으로 거칠게 만든 듯한 텍스처가 매력적이다. - 'KUHO ART BOOK'

전무님의 책상 한편에 시크하게 서 있는 조각과 사무실을 환하게 비춰주는 카라 몇 송이. 그다지 정리를 신경 쓰지 않은 듯한 모습이지만 그 안에서 여유와 정구호 전무님 특유의 여백의 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 책상 위에 무심하게 널브러져 있는 쓰레기, 여백은커녕 옷가지가 빽빽이 걸려 있는 옥탑방 한편의 옷장.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제 방에 있는 진주색 운동기구가 전무님의 화이트톤 사무실과 닮았네요. 아주 닮았어요.

나의 오피스는 일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디자이너 정구호가 철저하게 디렉팅한 또 하나의 공간이다. 바닥과 천장은 물론 배관 파이프까지 화이트 컬러로 모던하게 마무리했고, 입체 오브제처럼 만든 형광등 역시 내 아이디어다. - 'KUHO ART BOOK'

정구호 전무님은 굉장히 다양한 이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미술, 요리, 패션, 영화 그리고 음악까지. 남들은 한 가지도 하기 어려운 것들을 이렇게나 많이 하고 계십니다.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이 전부는 아니다. 우리가 쉽게 예쁘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에서 의외의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까지 찾기 위해서는 분명 남들이 볼 수 없는 부분까지 살필 수 있는 안목과 통찰력이 필요하겠지요? 전무님의 다양한 이력과 경험들이 이러한 안목과 통찰력의 바탕이 되지 않으셨나 하는 생각을 감히 해보게 되었습니다!

주변에서 다들 미쳤다고 했지만, 공부는 책상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줄기차게 고집하며 지덕체를 겸비한 인재가 되기 위하여 시험기간에 당당하게 이종격투기를 다니는 숭례문도 이 부분에 큰 공감을 했습니다. 역시 전 미친 게 아니었습니다. 'K대 김○○ 보고 있냐? 난 미친 게 아니다!'

전무님께 듣는 젊은 시절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뒤에 나오는 인터뷰 내용에서 꼭 확인해주세요!


사실 나스리와 숭례문이 정구호 전무님을 만나뵙게 된 것은 '남자'와 '여자'라는 주제로 만들어진 5/6월 호 '삼성앤유'에 실릴 전무님의 인터뷰 촬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섬세한 손길로 'KUHO'를 만드시는 정구호 전무님의 모습입니다. 왠지 전무님의 표정이 더 행복해 보이지 않나요? 이 공간에서 'KUHO'가 만들어 진다는 생각에 나스리와 숭례문도 뿌듯했습니다.

검정 뿔테가 주는 무뚝뚝함 때문에 항상 검정 뿔테를 고집하신다는 정구호 전무님이지만 인상이 너무 푸근해 보이지요? 첫인상부터 옆집 아저씨처럼 따뜻한 눈망울에 담겨 있는 디자이너의 프로페셔널함을 전무님께 느낄 수 있었는데요. 이것이 바로 'KUHO'가 가지는 매력이 아닐까요?


'삼성앤유' 촬영이 끝이 나고, 다시 사무실에 모인 전무님과 나스리 그리고 숭례문! 전무님이 먼저 걸어가신 길이기에 후배 나스리는 이번 인터뷰가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KUHO' 정구호 전무님이 생각하시는 열정과 젊음, 다같이 들어볼까요?

"일을 하다 보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할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할지 사실 고민이 많아요."

전 뮤지션이 가장 부러워요. 뮤지션들은 창작 능력도 필요하지만 훌륭한 음악작품을 더 자기의 것으로 완성할 수 있잖아요. 그림을 그리는 아티스트의 경우 어차피 그림이 팔려야 하기도 하지만 소비자 상관없이 자기가 할 수 있는 것만을 고수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요.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아가는 직업은 많지 않아요. 재정적인 고민은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그래도 저 같은 경우 아, 나스리 친구도! (웃음) 미술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자기가 삶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가져가야 할 재정적인 부분도 챙기면서 하고 싶은 일도 쉽게 할 기회가 많다고 봐요. 결과적으로는 어떤 일이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했을 때, 혹은 원하는 것을 했을 때 재정적인 여유도 생길 수 있지요.

반드시 꿈을 따라가야지 돈을 따라가서는 안돼요.

다양한 활동이 지금의 절 만들었어요.

많은 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그것의 목적이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것인지 아니면 본인이 좋아서 하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전 한 번도 제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해본 적이 없어요. 어려서부터 후회하기가 싫었거든요. (인자한 웃음) 아버지가 음악을 끝까지 못해서 후회하시는 모습을 봐서 그럴 수도 있어요. '왜 후회를 하고 살지?'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나는 후회하는 게 없다.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았다.'가 제 삶의 모토에요.

그게 사회봉사든 돈을 버는 일이든 간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죠. 좋아하지 않은 일은 안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 어떤 활동도 말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통해서 돈을 벌어보자 생각했고, 패션은 돈과 상관없이 이 일이 너무 좋기 때문에 시작을 했어요. 사실 영화는 돈을 벌려는 사심이 조금 들어 있긴 했지만요. (장난스러운 웃음)

영화의 경우 하다 보니 의상을 제작하는 한 사람의 영향력으로 수백 수천만을 버는 영상의 비주얼을 바꿔 놓을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어요. 또 재미도 있었고요.

자기가 잘할 수 있고 없고는 기준이 있다고 봐요. 싫어하는 일은 잘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 그 기준을 알 수 있겠죠?

요즘 대학생들 패션 감각 너무 뛰어나요. 다 예뻐 보여요. (하하하하하)

사실 대학가를 많이 가봐요. 대학가에 가도 학생들은 저를 못 알아보실 거에요. (아쉬운 웃음) 클럽도 자주 가는데 요즘 젊은 학생들 옷을 너무 잘 입어요. 옷을 잘 입고 못 입고를 평가하고 싶지는 않아요. 

옷이란 자기 개성을 찾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연예인을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자기 고집을 찾아가느냐 이 차이가 옷을 잘 입고 못 입고의 차이라고 봐요. 자기의 고집, 자기의 생각을 옷으로 표현하는 사람을 좋아해요.

'KUHO', 처음에 굉장히 생소하셨죠? 그렇지만 열정리포트를 읽고 나시니 잘 알게 되셨다고요? 네? 패션 잡지처럼 참신하게 꾸민 열정리포트라서 더 좋았다고요? 압니다. 알아요. 더욱 열심히 하는 열정운영진 11기가 되겠습니다. ^^

한국의 대표 여성복 브랜드 'KUHO'에 대해서 또 'KUHO'를 만드는 정구호 전무님과 진솔한 대화까지! 다양한 활동을 하시며 여러 분야에서 패션의 영감을 얻으시는 전무님처럼 우리는 다양한 분야의 명사에게서 이러한 삶의 철학을 얻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전무님의 말씀처럼 '후회하지 않도록 오늘도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여러분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