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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CULTURE NOW

'Fashion into art' 展 -패션과 아트의 환상적 만남!


'패션과 아트의 만남'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은 지난 2003년, 일본의 대표적인 현대 미술가인 팝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와의 협업을 통해 '모노그램 멀티컬러' 라인업을 출시하여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죠. 에르메스 또한 20세기 현대 미술의 대가 조셉 알버스의 작품 '사각형에 대한 경의'를 실크 스카프로 재현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요.

패션과 예술을 잇는 문화적인 창구로서의 역할을 해오고 있는 <보그 코리아>가 올해로 창간 15주년을 맞아 'Fashion into art' 전시회를 열어 화제를 낳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한국 패션의 역사이자 현주소라고 할 수 있는 국내디자이너 15인과 회화와 설치 조각을 아우르는 미술가 15인이 상업적 패션 디자인과 순수미술의 경계를 절묘하고 그리고 위트있게 표현하여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켰는데요. 각자의 영역에서 이미 대중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은 30인의 아티스트들이 짝을 이루어 각자의 방식을 탐구하는 과정이 눈여겨 볼만 합니다. 특히 지난 전시와는 다르게 미술관이라는 3차원 공간으로 옮겨 진정한 의미의 패션과 아트의 만남을 느껴볼 수 있습니다!

자, 지금부터 패션과 아트의 환상적 만남 'Fashion into art' 전시회를 만나보실까요?

태평로 '플라토' 전시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Fashion into art' 展


김지민 + 스티브J & 요니P



평균대 위를 일렬로 행진하는 무기력한 움직임의 사람들, 김지민의 <원웨이(THE ONE WAY)>는 원래 벌거벗은 모습이었습니다. 볼록렌즈로 대체된 조각의 얼굴 속엔 가방, 화장품, 게임기 같은 상품들이 둥글게 원을 그리며 반복되어 현대인의 욕망을 드러내고 있는데요. '스티브J & 요니P'라는 공동 브랜드로 함께 활동해온 디자이너 스티브와 요니는 소비문명과 인간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시선은 그대로 유지한 채, 그들만의 유머러스한 감각과 아이디어로 이 복제 인간들을 위한 옷을 만들었습니다.

볼록렌즈로 대체된 조각의 얼굴 속엔 가방, 화장품, 게임기 같은 상품들이 둥글게 원을 그리며 반복되어 현대인의 욕망을 보여 줍니다. 작품명 <One Way>

복제인간들이 들고 있는 쇼핑백에는 사람들의 고정 관념을 표현하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 디자이너 '스티브J & 요니P'는 총 15벌의 상의와 15단계로 길이가 변화하는 치마를 만들어 인형들에게 입혔는데요. 이들의 손에 들린 쇼핑백에는 치마의 길이에 따른 사람들의 고정 관념을 표현하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권오상 + 한상혁


'모터사이클 라이딩'을 주제로 한 권오상+한상혁 합작품 / 작품명 <JUST>


오토바이 서킷(활주 트랙) 형태의 새하얀 무대 위에서 살아 있는 조각 작품들이 독특한 캣워크를 선보였습니다. 작품명 <JUST>는 공산품인 오토바이를 예술작품으로 재해석한 권오상과 엠비오(MVIO) '11년 S/S 컬렉션 라이딩을 주제로 'MVIO RIDING CLUB'을 선보였던 디자이너 한상혁이 모터사이클 라이딩이라는 공통된 관심사로 구현한 퍼포먼스 형식의 합작품입니다. 

권오상은 에폭시와 젯소, 아크릴 물감으로 명품 라이딩 수트의 디자인을 재현한 세 가지 타입의 라이딩 프로텍터(보호 기구)를 만들었습니다. 한상혁은 이를 다시 분해해 자신의 디자인한 세 벌의 수트에 부착했습니다. 오토바이 헬멧을 착용한 세 명의 모델은 권오상과 한상혁이 공동 작업한 의상을 입은 채 살아 있는 조각 작품이 되어 런웨이를 걸었습니다. 런웨이는 패션쇼 무대를 뜻하기도 하지만 스포츠 용어로는 육상 경기의 '도움닫기 주로'이기도 한데요. 평균대, 구름, 다리, 계단 매트 등이 설치된 기묘한 런웨이와 각각의 장애물이 지침에 충실한 모델의 반복된 움직임은 놀이와 패션쇼, 조각품의 경계를 오가며 예술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지용호 + 진태옥

폐타이어로 만든 지용호의 단단한 고목에서 자라난 디자이너 진태옥의 조각상. 작품명 <Untitled>

고목의 표피는 실제 폐타이어를 활용하여 표현하였습니다.


폐타이어라는 거칠고 투박한 소재로 변종 동물을 생산해온 지용호는 '뮤턴트' 시리즈를 통해 산업 사회의 슬픈 이면을 조각해 왔습니다. 지용호는 한국 패션계의 거장 진태옥을 뿌리 깊은 나무로 설정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조각상을 완성했는데요. 석고 조각상 같은 마네킹이 입고 있는 독특한 질감의 드레스는 11년 전 진태옥이 몽골 쇼에서 선보였던 네 벌의 의상(바지와 원피스, 스커트, 코트)을 조형적으로 연출해 조합한 것입니다. 목까지 올라오는 사각형태의 원피스 아래로 코트를 치마처럼 두르고 또 다른 치마 한 벌을 덧댔습니다. 손목 장식은 바지를 이용했습니다. 오래된 지층과 고목의 표피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이너가 검은색 울에 커버링하여 균열을 유도하는 이 의상들은 당시는 물론 오늘날에도 예술작품에 버금가는 깊이와 강렬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배준성 + 정구호

 

배준성 작품 'Museum R, leg right 2'는 서양의 여러 박물관을 촬영한 사진에 여성의 다리를 합성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스커트를 갈아입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KUHO'의 디자이너 정구호는 시즌이 끝날 때마다 폐기 처리되는 팔리지 않은 옷들을 모아 기묘한 스커트를 제작하였습니다. '11년 Recall KUHO Project

모터 장치를 이용해 360도 회전하는 스커트. 배준성이 동적인 기존 회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넘어섰듯이 정구호는 움직이는 쇼윈도를 통해 색다른 디자인과 표현방식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배준성은 관객의 시선에 따라 움직이는 독특한 회화 작업을 지속해왔습니다. 여러 장의 사진으로 레이어를 쌓고 그 위에 투명한 비닐을 덮어 유화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비닐 페인팅 방식에서 평면적인 이미지를 3차원 입체 사진으로 만드는 렌티큘러(lenticular) 작품으로 발전시킨 작가는 고전 명화 속 여성의 누드에 옷을 입히고 벗기길 반복합니다. '화가의 옷' 시리즈 중 하나인 <Museum R, leg right 2> 는 서양의 여러 박물관을 촬영한 사진에 여성의 다리를 합성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스커트를 갈아입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편 브랜드 'KUHO'의 디자이너 정구호는 시즌이 끝날 때마다 폐기 처리되는 팔리지 않은 옷들을 모아 기묘한 스커트를 만들었습니다. 모터 장치를 이용해 360도 회전하는 스커트입니다. 배준성이 동적인 기존 회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넘어섰듯이 정구호는 움직이는 쇼윈도를 통해 색다른 디자인과 표현방식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김기라 + 손정완


김기라와 디자이너 손정완의 수수께끼 캐비닛은 수집벽을 지닌 두 사람의 취향과 작품, 디자인에 관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엔티크한 장식장에 진열된 그릇, 액자, 주얼리와 작은 인형들은 작가와 디자이너가 오랜 세월 수집해온 물건들을 모두 뒤섞어 수수께끼처럼 알 수 없게 배열한 것인데요. 인형이 입고 있는 옷은 모두 디자이너 손정완이 이번 전시를 위해 직접 만든 의상들이라고 합니다. 김기라는 올리브 그린 색상의 벽면에 중세 삽화 풍의 벽화를 그려 넣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풍자가 담겨 있다고 하는데요. 작가와 디자이너 드로잉은 아이디어 스케치라는 점은 같지만, 그 내용은 조금 다릅니다. 김기라 경우 드로잉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 된다면, 손정완의 액자 속에 들어있는 내용들은 컬렉션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듣는 음악이나 이번 시즌 의상에 사용된 원단을 오린 스위치, 패션 뉴스 스크랩 등 날것 그대로의 다자인의 원천이라고 합니다.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풍자가 담긴 김기라의 드로잉(왼쪽) 컬렉션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듣는 음악이나 시즌 의상에 사용된 원단을 오린 스위치, 패션 뉴스 스크랩 등 날것 그대로의 다자인의 원천을 액자에 담은 손정완(오른쪽)

인형이 입고 있는 옷은 모두 디자이너 손정완이 이번 전시를 위해 직접 만든 의상들.



노상균 + 지춘희


화려함 속의 고독을 표현한 노상균의 시퀸


반짝이는 시퀸으로 캔버스에 옷을 입히는 작가 노상균과 '11년 S/S 미스지 콜렉션에서 시퀸을 주 소재로 다룬바 있는 디자이너 지춘희. 작은 원형 조각들을 둥글게 이어 붙여 거대한 원을 만드는 캔버스 작업으로 동양철학의 정신을 재현하고 부처나 예수 등 종교적 의미를 지닌 성스러운 조각상에 시퀸을 덧씌워 현대의 신화를 풍자해온 작가는 작은 시퀸조각을 통해 우주의 영원성과 인간의 통속성을 동시에 말해왔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 디자이너는 마네킹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부드러운 시퀸 드레스를 입혔습니다. 금빛 물결처럼 아름답고 우아한 지춘희의 시퀸드레스 자락은 마네킹 몸으로부터 흘러나와 노상균의 작품을 감싸고 있습니다. 노상균의 시퀸이 화려함 속의 차가운 고독이라면 지춘희의 시퀸은 빛나는 아름다운 그 자체라고 볼 수 있겠죠. 

금빛 물결을 이루고 있는 지춘희의 시퀸 드레스.


천성명 + 박춘무


작품 <거울 속에 잠기다>


2008년 <그림자를 삼키다> 전에서 작가가 연출한 천장을 뚫고 내려오는 다리 조각을 변형한 <거울 속에 잠기다> 는 디자이너 박춘무와 협업을 통해 이야기가 완성되었는데요. 디자이너는 울 저지 소재의 줄무늬 천을 제작해 마네킹에 감싸 역동적인 형태를 만들었습니다. 강한 에너지의 흐름 같기도 한 이 강렬한 덩어리들은 패션 디자이너가 바라본 작가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반면 천성명은 박춘무를 떠올리며 처음으로 여성의 다리를 조각했습니다. 작가와 디자이너가 서로의 거울이 되어준 셈인데요. 사람의 형상을 항 조각들이지만 누구도 얼굴을 보여주지는 않는다는 점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홍경택 + 루비나



홍경택은 연필이나 책 같은 사소한 물건을 캔버스 가득 채워 평범한 사물이 지난 에너지를 극대화시킵니다. 대표적인 회화 작품 '연필' 시리즈 역시 연필꽂이를 확대경으로 들여다보았을 때의 낯선 이미지처럼 특별한 일상의 재발견인데요. 디자이너 루비나는 작가의 작품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형형색색의 강렬한 연필이라는 소재를 디자인에 그대로 반영해 연필처럼 가느다랗고 긴 실루엣의 멀티 컬러 드레스를 만들고 니트를 직조했습니다. 홍경택은 벽면을 실타래로 빼곡하게 채웠던 전작 <코쿤>의 연장 선상에서 루비나의 드레스가 걸린 벽면에 수천 개의 못을 박아 실타래를 걸었습니다. 각각의 실은 누에고치가 실을 뽑아낸 듯 천장에서부터 길게 내려온 루비나의 드레스와 연결되어 두 사람의 작품은 하나가 됩니다. 홍경택의 작품에서 뽑아낸 컬러와 아이디어가 루비나의 드레스로 완성되는 순간이죠.

홍경택 연필과 실타래 오브제들이 루비나의 니트 드레스와 연결되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

홍경택의 대표 오브제, 연필과 실타래


신미경 + 문영희


향기로운 신미경의 도자기는 모두 비누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실제 작품들은 너무나 사실적이고 정교해서 비누라는 사실을 믿기 힘들 정도였는데요. 오랜 세월을 견딘 대리석 조각이 비바람에 의해 비누처럼 닳아 있는 모습을 본 작가는 사라지기 위해 존재하는 비누로 수백 년 동안 존재해온 역사적 유물을 빚기 시작했는데요. 디자이너 문영희는 신미경의 반투명 비누 조각 'Ghost' 시리즈에서 영감을 얻어, 비누 거품처럼 맑고 가벼운 반투명 드레스를 제작했습니다. 푸른빛이 감도는 영롱한 도자기 같은 느낌을 연출하기 위해 노방과 얇은 데님, 파리에서 구입한 특수 원단들을 겹겹이 쌓아 부풀렸는데요. 그렇게 서로 다른 소재로 만들어진 크고 작은 동그라미들은 손바느질 작업을 통해 비누거품처럼 모여 하나의 형태를 이룹니다. 신미경의 비누 도자기와 함께 거품처럼 떠 있는 문영희의 드레스는 신비로운 느낌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비누로 만든 도자기와 비누 거품같은 느낌의 드레스.

비누로 만든 도자기라고 믿겨지세요?



박승모 + 이상봉


알루미늄 철사를 감아 은빛 인체를 만드는 박승모와 디자이너 이상봉이 처음 만난 건 몇 주 전이라고 합니다. 석고로 실물 캐스팅한 누드에 와이어를 감는 작업을 지속해온 작가는 드레스를 입은 여인을 표현하기 위해 이상봉을 찾아갔고 '이상봉 드레스' 조각상이 완성되었습니다. 드레스의 복잡한 주름과 섬세한 실루엣이 그대로 살아 있을 뿐아니라, 가느다란 철사를 촘촘하게 감아 생긴 줄무늬와 철사 특유의 은빛은 오히려 이상봉의 드레스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 주는데요. 이상봉은 조형적 특성을 지난 은회색 의상들을 제작했고 리본장식 모자 같은 소품들은 박승모의 손끝에서 탄생했습니다.

가느다란 철사를 촘촘하게 감아 생긴 줄무늬와 철사 특유의 은빛이 오묘한 이상봉의 드레스

리본장식 모자 같은 소품들은 박승모의 손끝에서 탄생했습니다.



어떠셨나요? 지금까지 소개해드린 작품 이 외에도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과 디자이너 설윤형 작품, '11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선정된 이용백과 디자이너 한혜자씨의 작품, 김남표&김재현, 박미나&서상영 작품,최원준의 작품 등도 함께 만나볼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들이 만든 실험적 아트웨어와 패션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미술가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나는 이번 전시는 장르의 경계를 넘어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예술가들의 축제이자 패션과 예술의 창의적 협업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하는데요. 전시는 7월 26일부터 8월 13일까지 삼성 미술관 플라토 (구 로댕 갤러리)에서 진행됩니다. 문의 02)510-4360

삼성 미술관 플라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