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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CULTURE NOW

대한민국 패션사를 담다 - 디자이너 노라노 'La Vie en Rose' 전

윤복희의 미니스커트와 펄 시스터즈의 판탈롱, 영화배우 엄앵란의 오드리 헵번 스타일까지. 패션 불모지라고 할 수 있었던 1950년대 대한민국에서 당당하게 패션계를 개척한, 반세기를 패션과 함께 살아온 디자이너 노라노. 제일스토리가 바로 이 디자이너 노라노의 전시회 'La Vie en Rose'전에 다녀왔습니다. 대한민국 패션계의 전설이라고 불리는 디자이너를 지금 만나보시죠!

대한민국 패션사를 담다 - 디자이너 노라노 'La Vie en Rose' 전


La Vie en Rose 전

장소 | 호림 미술관 JNB Gallery (www.horimartcenter.org)
기간 | 2012.5.23~6.2

올해로 85세를 맞은 디자이너 노라노. 이번 전시회는 노라노의 의상실 창업 60주년을 기념하여 열렸습니다. 스타일리스트 서은영이 기획한 이번 전시회는 고객들에게 약 400벌의 옷을 기증받아 대한민국 패션사를 되짚어볼 좋은 기회입니다. 또한, 기아 자동차 등의 콜라보레이션 작업, 현업 디자이너들의 오마주 작품을 통해 현재에도 살아 숨 쉬는 노라노만의 스타일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La Vie en Rose 전


대한민국 패션사의 산증인, 디자이너 노라노


자칭 '건달'인 디자이너 노라노는 패션에 대한 열정으로 살아왔습니다. 1952년 명동에 '노라노의 집'을 개업한 이후 수많은 셀러브리티들의 의상과 맞춤복을 디자인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유명한 누구누구의 옷보다는 세상의 모든 여자가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었던 노라노는 국내 최초로 기성복을 만들게 됩니다.

대한민국 패션사를 담다 - 디자이너 노라노 'La Vie en Rose' 전


디자이너 노라노(Nora Noh)

출생 | 1928년 서울 출생
경력 | 1950년 '노라노의 집' 설립
         1977년~ 예림양행 설립, 회장
         2007년 '노라노 열정을 디자인하다' 도서 출간
수상 | 1957년 미스유니버스 대회 의상상 : LA 디자이너 클럽
         2000년 '2000년 FASHION 대상' 수상 : 세계 FASHION GROUP
         2010년 제3회 코리아패션대상 - 대통령표창 : 한국패션협회/지식경제부
         2011년 제1회 한국패션 100년 어워즈 수상 : 패션디자이너부문

대한민국 패션사를 담다 - 디자이너 노라노 'La Vie en Rose' 전


대한민국 패션사를 담다 - 디자이너 노라노 'La Vie en Rose' 전


1956년 10월 29일 반도호텔에서 열린 노라노의 첫 패션쇼는 우리나라 최초의 패션쇼이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에게 낯설었을 텐데도 그 열기는 세계의 어느 패션쇼 못지않았다고 하네요. 또한, 1950년대의 패션쇼는 100% 국산기술과 처음으로 국내에서 생산된 모직을 사용했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그 이후 노라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매년 있는 정기 패션쇼를 거른 적이 없습니다.

대한민국 패션사를 담다 - 디자이너 노라노 'La Vie en Rose' 전노라노를 사랑했던 당대 최고의 스타들


대한민국 패션사를 담다 - 디자이너 노라노 'La Vie en Rose' 전한복 원단을 즐겨 쓴 노라노, 미스코리아 오현주가 미스유니버스대회에서 입은 심사복


대한민국 패션사를 담다 - 디자이너 노라노 'La Vie en Rose' 전윤복희의 미니원피스와 필리핀 대사 부인이 입었던 금사 드레스


패션쇼가 처음인 만큼 노라노가 첫 패션쇼를 할 당시 우리나라에는 패션모델이 따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름있는 영화와 연극배우들, 미스코리아 등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사람들이 패션쇼에 섰죠. 노라노의 패션쇼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미스코리아 진 박현옥, 모델 김은희, 배우 엄앵란 등 노라노의 옷을 사랑했던 많은 이들이 모델로 나섰습니다.

대한민국 패션사를 담다 - 디자이너 노라노 'La Vie en Rose' 전미국의 패션잡지 '보그'에 실린 붉은색 의상


대한민국 패션사를 담다 - 디자이너 노라노 'La Vie en Rose' 전 대한민국 패션사를 담다 - 디자이너 노라노 'La Vie en Rose' 전
패션잡지 '바자'에 실렸던 프린트 의상

대한민국 패션사를 담다 - 디자이너 노라노 'La Vie en Rose' 전 대한민국 패션사를 담다 - 디자이너 노라노 'La Vie en Rose' 전
직접 만든 프린트를 이용한 의상

노라노는 뉴욕 메이시 백화점의 쇼윈도우를 노라노의 옷으로 가득 채우기도 했는데요. 미국에서의 첫 컬렉션 의상 15벌 전부가 메이시 백화점 쇼윈도우에 디스플레이됐습니다. 백화점 역사상 처음이었다고 하네요. 이후 성공적으로 몇 번의 컬렉션을 치른 노라노는 프린트 공장을 직접 운영하게 됩니다. 오리지널리티를 위해서였죠. 당시 만들어진 프린트는 지금의 옷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세련미가 넘칩니다.

대한민국 패션사를 담다 - 디자이너 노라노 'La Vie en Rose' 전노라노의 작업실을 재현한 모습


대한민국 패션사를 담다 - 디자이너 노라노 'La Vie en Rose' 전지금까지도 간직하고 있는 패턴들


노라노의 작업실을 재현한 공간에는 그간의 고객정보와 패턴 등이 빼곡합니다. 노라노는 그동안 자신이 만들었던 모든 옷의 패턴을 간직하고 있는데요. 덕분에 오리지널로 구할 수 없었던 옷들도 이번에 복원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 현재를 넘어 미래까지 이어질 노라노의 디자인


대한민국 패션사를 담다 - 디자이너 노라노 'La Vie en Rose' 전패션 디자이너 강희숙이 그린 노라노의 초상화


대한민국 패션사를 담다 - 디자이너 노라노 'La Vie en Rose' 전노라노의 패턴을 이용한 기아 자동차 소울


이번 전시회에서는 기아 자동차 소울과의 콜라보레이션, 노라노를 사랑하는 현업 디자이너들의 오마주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기아 자동차 디자이너 20명은 노라노 의상의 무늬를 이용한 자동차를 만들었습니다. 노라노 특유의 체크무늬와 도트무늬, 장미꽃 등을 이용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동차가 탄생했습니다.

대한민국 패션사를 담다 - 디자이너 노라노 'La Vie en Rose' 전왼쪽부터 김선영 디자이너, 이보현 디자이너,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오마주 작품


대한민국 패션사를 담다 - 디자이너 노라노 'La Vie en Rose' 전장미 코르사주가 인상적인 스틸레토 힐


제일모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구호는 노라노를 위한 블랙 투피스를, 미네타니 주얼리 디자이너 김선영은 드라마틱한 목걸이를 만들었습니다. 슈콤마 보니 디자이너 이보현은 노라노를 위해 장미 코르사주를 얹은 아찔한 스틸레토 힐을 디자인했는데요. 현재까지도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는 노라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패션사를 담다 - 디자이너 노라노 'La Vie en Rose' 전노라노의 1950년대 작품들


대한민국 패션사를 담다 - 디자이너 노라노 'La Vie en Rose' 전우아함이 살아있는 노라노의 디자인


노라노, 그녀의 이름 앞에 '최초'라는 수식어가 있어서가 아니다. 전시를 준비하기 위해 1년 넘는 시간을 보내며 꿈을 꾸는 여자가 얼마나 영원한지, 도전하는 삶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알게 되었다. 격동하는 대한민국 역사 속에서 노라노는 '스타일'을 창조해냈다. 엄청난 시련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았다. 노라노의 의상은 떠들썩하게 화려하거나 요란하지 않다. 하지만 멋스럽고 세련되었다. 그녀가 만든 옷을 보면 백합처럼 귀하고, 장미처럼 고요한 아름다움이 풍겨나기에 나는 '라 비앙 로즈'라는 이름으로 그녀의 삶을 이 전시회에 담고 싶었다.
-라비앙 로즈 전시 기획자 스타일리스트 서은영

대한민국 패션사를 담다 - 디자이너 노라노 'La Vie en Rose' 전 대한민국 패션사를 담다 - 디자이너 노라노 'La Vie en Rose' 전
공약국집 딸들이 간직하고 있던 웨딩드레스와 앙상블

대한민국 패션사를 담다 - 디자이너 노라노 'La Vie en Rose' 전한복천을 염색해서 만든 앙상블


대한민국 패션사를 담다 - 디자이너 노라노 'La Vie en Rose' 전고객들이 기증해 준 의상들


이번 전시회를 위해 고객들이 기증한 옷을 보면, 하나같이 보관 상태가 훌륭합니다. 노라노의 옷은 특별한 날, 여자로서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날을 위한 단 한 벌의 옷이었기 때문이죠. 이번 주말에는 만드는 사람도, 입는 사람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옷'을 볼 수 있는 노라노 전시회 '라비 앙 로즈'전에 가보시는 건 어떨까요?